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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농부로 태어난 책벌레 (서파 유희 산문선)
유희 저 | 글을읽다 | 20221014
원 → 10,800원
소개 투박하고 솔직한 문장의 지식인, 서파 유희 그리고 『문통(文通)』,
전생에 분명 책벌레였을 테니
말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재잘거렸지
육십 평생 정신과 힘 허비하여
거친 재주로 온갖 책 다 섭렵하려 하였네
-서파 유희의 시
서파 유희(西陂 柳僖)는 『물명고(物名攷)』라는 저술로 이름이 알려진 조선 후기의 지식인이다. 그는 『문통(文通)』이라는 방대한 저작을 남겼는데 『물명고』도 그 속에 들어있는 어휘사전이다. 『문통』은 박학을 추구했던 서파의 학문적 성과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총서로 시문을 비롯해 경학, 천문학, 역사학, 어학, 수리학, 음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이 책은 서파 연구자인 역자가 『문통』 중에서 서파의 삶과 문학, 그리고 학문적 경향을 보여줄 수 있는 글 30편을 뽑아 번역하고 해설을 덧붙인 것이다.
서파는 일생동안 글쓰기에 매진한 인물로 문집 속에는 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언급하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 이 책에도 「돈이라는 약재, 문장이라는 약재」, 「좋은 시를 쓰는 방법」, 「좋은 문장이란」, 「하늘은 시인을 아껴준다」 등을 실어 서파의 문장에 대한 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서파는 문장을 한약재에 비유해 “맛이 맵고 쓰다”고 표현했다. 즉, 글 쓰는 일이 몹시 괴롭지만 글쓰기의 벽(癖)에 깊이 빠져 결코 헤어나올 수 없는 자신의 심경을 드러낸 것이다. 서파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실로 대채로운 글을 남겼고 독서 범위가 광범위하고 인용한 전거 또한 다양하기 이를 데 없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역자는 “서파의 글을 이해하는 것은 좀처럼 쉽지 않지만 꼭 어렵고 힘들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서파의 문장은 정제된 세련미를 지니지는 않았지만 투박하고 솔직한 매력이 있는 게 특징이며 아울러 대상을 묘사하는 독특한 시선이 곱씹을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서파의 시는 고풍과는 거리가 먼 새롭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 물명(物名)을 한문으로 음차한 시를 짓기도 하고, 우리말 단가(短歌)의 가창구조를 한문으로 재현한 새로운 형식의 시조를 쓰기도 했으며, 불교의 선사상을 유가적으로 개작한 시를 통해 기복불교가 백성을 위협하는 상황을 지적하기도 했다. 또 「도협 이야기」, 「판가의 객점에서 만난 체 장수」, 「무두장이와의 대화」, 「나뭇결이 아름다운 목재를 택하는 이유」 같은 산문에서는 도둑, 상인, 장인 등 하층민을 소재로 당대 기득권층의 허위의식을 폭로하기도 했으며, 장르의 규범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속내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파격을 보여주기도 했다.
역자는 “서파는 몰락한 소론계 경화사족 가문에서 태어나 평생을 불우하게 보냈다. 젊은 시절에는 벼슬에 뜻을 두기도 했으나, 당파 간의 알력으로 인해 구설에 휘말리면서 뜻을 접고 저술활동에만 매진했다. 서파의 사상과 학문은 ‘사(士)’로서 중앙무대에 진출하고자 하는 욕구와 그럴 수 없는 현실 사이의 갈등 속에서 형성되었다.”고 설명했다.
서파는 당대에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으나, 현대 학자들에게는 조선 후기의 지성사를 새롭게 조망하게 해주는 인물로 재평가되고 있다.
국제표준 도서번호(ISBN) : 9788993587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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